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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혼을 앞둔 친구에게
글쓴이 │
김민조
등록일 │
2002-05-06
조회수 │
6578
눈시리도록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을 친구에게
지나야!
너와의 우정이 벌써 어언 15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처음 여학생들만 있는 중학교에 들어가 낯설어 있을 때 너는 내게 하나의 빛이 되어 그렇게 다가왔지.
내 삶에 한 그림자를 남긴 너와 나는 항상 명랑소녀로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어언 한 아이의 엄마로 너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노처녀로 살아가고 있구나.
하루하루 나이가 든다는 게 너무 힘들다고 너는 말했지.
뭔가 새로운 일이 아니 엄밀히 말하면 누군가가 나타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그랬지.
하지만 그토록 지독히 평범한 일이 네 앞엔 벌어지지 않았어.
대부분의 친구들이 결혼을 하니 더욱 마음이 분주해진다고 힘들어진다했지.
그때 마침 용진씨가 나타난거야.
친구처럼 알아왔던 사람의 프로포즈.
넌 뭐가 뭔지 모르게 일이 되어간다고 푸념이지만 내가 보기엔 딱 맞는 상대야.
너를 잘 알고 너를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
이제야 인연을 만난 네가 아쉽기는 하다.
항상 너를 위해주고 아껴주시던 엄마가 사위를 못보고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기는 하지만 하늘나라에서 이제라도 제 짝을 만나게 됐다며 무척 흐뭇해 하실 거야.
너희 엄마가 예뻐하던 내가 이제 엄마가 되니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단다.
네가 여기가 아닌 서울로 이사가 자주 볼 수 없으니 그 한 가지가 맘에 걸린다.
선배 주부로서 너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 안타깝고 낯선 도시에서 힘들어 할까봐 염려된다.
그래도 용진씨 기대가며 잘살아야해.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연락하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우정 변치 말고.
정말로 너의 결혼을 축하해.
까만 연탄이 활활 달아올라 붉은 색이 되는 것처럼 사랑하며 살고 허옇게 바래도록 용진씨와 행복하게 살아라.
먼 곳에서도 항상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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