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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천송이를 너에게 주지. 우선 오백서른 다섯송이만...
글쓴이 │
김광훈
등록일 │
2003-03-17
조회수 │
6363
곧 목련이 피겠구나. 이맘 때면 습관처럼 하늘을 보게 돼. 새학기가 시작되면 늘 좀 더 싼 자취방을 찾아 헤메던 기억들...그 당시에도 지난 시대의 유물 같던 연탄보일러가 있던 자취방이 유난히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구나. 수업이 끝나면 늘 연탄불을 갈고 슬리퍼를 끌고 나가서, 라면 한봉지를 안고 돌아 왔지. 방안에는 어둠만이 가득했고, 휴대용 가스버너의 파아란 불꽃이 그 어둠을 베어 내고있었어. 담요를 뒤집어 쓰고 앉아 있으면 금방 갈아 넣은 연탄불이 천천히 엉덩이를 데워 왔고 물이 끓었지. 은색 봉투에서 누이의 하얀 속살 같은 면을 꺼내 넣고, 면이 삶아 지는 동안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어어.
"이 지루한 외로움을 끝내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천송이의 꽃을 주리라" 하면 습관처럼 되뇌이고는 했는데...
지난주에 네가 방송통신대학에 합격 했다며 기뻐할때 나는 축하보다는 화를 내고 말았지. "너는 가족보다 너자신이 먼저니?" 이렇게 말해놓고도 너무나 미안했어. 하루에 왕복2시간이나 걸려 출퇴근을 하고 녹초가 되어버리는 너를 보면 마음이 안스러웠어. 하지만 당장 그만 둘수도 없는 형편이고...그렇게 고생하면서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싶어 했던 네게 온 기회였는데 내가 그렇게 말해버려서 마음이 아팠을 꺼야. 다정한 말한마디 해주지 못하고 늘 그저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를 받았을 네게 너무나 미안해. 앞으로 하루에 한마디라도 힘이되고 기뻐 할 수있는 말을 할께. 그리고 이번에 학교를 포기하기는 했지만 너무 기죽지 말고, 우리 아들이 좀 더 크면 다시 도전해 보자. 그때는 나도 열힘히 도와 줄께.
결혼을 하고 네게 늘 미안했어. 가난했던 청년시절 내 자신과 했던 약속을 앞으로 얼마나 지켜 나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수의를 입는 그날까지 천송이의 꽃을 네게 줄께.
사랑하고 태어나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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