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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은 백수의 반쪽에게..
글쓴이 │
문재식
등록일 │
2004-03-10
조회수 │
6004
겨울 내내 골목길이 조용하더니
오늘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봄이 오려는 거겠지요.
봄 바람에, 봄 햇살에 꽃들이 봉오리를 열듯
책가방을 던져 놓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대문을 박차고 나왔겠지요.
봄이 이만큼 왔는데 당신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지금쯤이면 취업을 하고 우리의 결혼 계획을 차근 차근 세워 나가야 하는데..,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당신에게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취업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감기약 한번,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해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당신은 지금까지 몇 년을 그래왔던 것처럼 제게
조금 더 힘내자고, 밥 거르지 말라고, 따뜻하게 옷 입으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에서 홀로 유흥업소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학교를 자퇴한 제게 다시 학업을 시작하게끔 이유를 깨우쳐 주시더니
트럭을 사서 과일 장사를 해도, 여관에서 24시간 청소일을 해도
당신은 부끄러워 하기 보다 저를 믿는다는 말만 하셨습니다.
공부와 생계를 함께 하는 저에게 근사한 데이트 한번 해달라는 투정을
집으로 반찬을 싸오시는 걸로 대신해 주신 당신 덕분에
겨우 학업을 마칠 수 있었건만 아직도 실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시골에 계신 당신과 저의 홀어머니들, 당신의 가족들, 그리고 저의 가족들,
그 누구보다 맘 초조하실 텐데 오늘도 당신은 조급해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런 당신을 만난 이후 제가 당신에게 해준 말 중에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한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등학교 때 별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인연을 맺은 당신.
혼기가 되어도 주변의 많은 만남을 뒤로 하고
연하의 남자를 동생이 아닌 한 여자의 남자로 보아준 당신.
그런 당신에게 아직은 해 줄 수 없는 것들뿐이지만
앞으로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더 행복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의 반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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