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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가 이제서야 철이 들려나봐
글쓴이 │
윤영진
등록일 │
2004-11-15
조회수 │
6265
안녕하세요. 이젠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겨울이 곧 다가오니까
이렇게 한 해가 가는구나.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결혼한 지 6년이 되가고요. 이젠 제법 결혼 생활에도 익숙해져서 아내와 큰 문제없이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싸웠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결혼해서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고 하더라도 남자들은 여자보다 철이 좀 늦게 드는 가봅니다. 아내는 결혼하자마자 너무나도 쉽게 아줌마로 변해버렸고 그런 아내의 변화에 좀 놀라기는 했습니다. 전 결혼했어도 여전히 총각같은 마음으로 살았거든요. 그런 일이 며칠 전에도 일어났습니다.
솔직히, 제가 하는 일이 양복을 입어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결혼할 때 사 입은 양복들이 대부분이 5,6년이 되었기에 양복을 새로 사야지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결혼식 갈때나 입는 양복, 솔직히 단벌이라도 어떻습니까? 전 아무 생각없이 곧 있을 사촌여동생의 결혼식에 입고 갈 양복이 없다고 아내에게 투정을 부렸지요. 아내는 아무말 없이 듣고만 있다, 귀찮아졌는지 “알았어. 이번 주말에 사자” 하는 겁니다.
평소 백화점이나, 마트같은 곳에 쫓아다니는 곳을 무지 귀찮아하는 저지만, 제 물건 살 때만은 달라지는 제 모습을 저도 미안해 하긴 하지요. 그날도 제가 앞장을 서서 백화점에 갔습니다. 불경기라 그런지 신사복 매장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군요. 전 직원이 골라주는 양복들을 여러 개를 입어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골랐습니다. 아내는 가격표를 만지작거렸지만, 전 개의치 않았어요. 양복같은 것은 좋은 것을 사야 한다는 주의이기에 아내의 표정은 살펴보지도 않고 그 양복을 샀습니다. 신상품이긴 하지만 세일가로 해준다는 직원의 말로 싸게 준것같아 흐뭇하기 까지 하더군요.
바지 칫수를 맞추는데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기에 아내와 저는 백화점 안을 어슬렁 돌아다녔습니다. 토요일인데도 사람은 별로 없고, 세일하는 곳에나 몇몇의 사람들이 몰려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아내가 걷다가 몸을 기우뚱하더군요.
아내의 손목을 재빨리 잡아 넘어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아내의 샌달이 끊어졌던겁니다. 이 샌달은 저와 연애했을 때부터 신었던 신발이었지요. 이 신발이 제일 편하다며 여름이면 항상 꺼내 신던 신발이었기에 샌달의 줄이 삭아서 끊어진 모양이었습니다. 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양복을 받아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새로 산 양복이 무척 마음에 든 터라 기분이 좋더군요. 기분 좋은 김에 오랜만에 집안 청소도 해주고 빨래도 널어주고 했는데 평소같으면 집안일 해주는 저에게 고맙다고 해주는 아내가 어디에 갔는지 안보이는 겁니다. 아내를 찾아 여기 저기 둘러보니 베란다에서 웅크리고 앉아 뭔가를 하는 아내를 발견했습니다.
아내는 아까 끊어진 샌달의 끈을 붙이기 위해서 바느질을 하더군요. 두꺼운 가죽에 바늘이 잘 안 들어가는지 바늘이 부러진 모양이었습니다. 그 뒷모습을 보곤 전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군요. 그리고 신발장을 열어 보았습니다. 가득 찬 신발은 다 철마다 샀던 제 운동화, 구두 그리고 아이들것들, 어딜 봐도 아내가 신을만할 신발은 안보이더군요. 보인다 해도, 정말 결혼 전부터 신었던 구두들, 그래도 많은 돈을 벌어다 주진 않지만 남들만큼은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가정에 충실하고 괜찮은 남자인줄 알았는데, 정말 부끄러웠던 순간이었습니다.
아내가 제일 편하다고 매일 신던 그 샌달은 편해서가 아니라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된 제 자신이 싫어지더군요. 아내의 쪼그려 앉은 그 뒷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하긴 보다는, 그 궁색한 모습에서 화가 났습니다. 남자들은 때론 자신의 무능력과 무관심을 탓하기 보단 오히려 화를 낼때가 더 있지요. 저도 그런 졸장부의 모습을 아내에게 보이고 말았습니다.
전 바로 베란다로 달려가 아내에게 샌달을 뺐어 쓰레기통에 휙 던졌습니다.
“이거 고쳐서 신어서 뭐 할려고 이번 기회에 좋은 샌달 하나 사. ”
“집에만 있는 사람이 뭔 샌달, 여름도 다 지나가는데”
하며 아내는 다시 그 샌달을 집어 들더군요.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고, 그 신발 빨리 버려라. 안그러면 뒤집어 엎는다”
한 마디 말을 던지고 속상한 마음에 냉장고에서 소주병을 꺼냈습니다. 몇 번 입지도 않는 양복을 사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내에게 이렇게 미안한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내의 초라한 모습이 저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더군요.
아내에게 예쁜 샌달을 사주리라 마음을 먹고 보니 나란 사람, 용돈 받아 쓸 줄만 알았지 모아 논 돈이 없더군요. 결혼하고 6년이 다 되가도 뭐합니까? 여전히 사는 모습은 철부지 어린애와 다를 바가 없으니, 카드로 확 긁어서 사줄까 생각도 하면서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여자들 샌달이 만원이라고 싸구려 신발들이 놓여 있더군요. 아내의 신발 사이즈도 가물가물했지만 미안한 제 마음을 달래보려 한 듯 전 리본이 달린 하얀색 샌달을 샀습니다. 검은 비닐봉투에 아무렇게나 담아주는 싸구려 신발을 아내에게 던져주고 미안한 마음에 베란다로 가서 담배를 피워 물었습니다.
어제 산 양복의 가격이 눈 앞에 아른거리며, 괜히 눈물도 질끔 나는 것 같더군요. 담배를 끊을려고 바닥을 내려다 보니 , 아내의 낡은 신발은 양쪽 모두가 끈이 잘려져 슬리퍼처럼 놓여 있었습니다. 그래도 버리기 아까웠는지 샌달에서 슬리퍼로 변신한 아내의 신발을 또 이 베란다에서 몇 년을 지나게 되겠지요.
늘 변함없이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사는 아내의 모습과 이 신발은 무척이나 닮아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됩니다.
머쓱해진 모습으로 거실로 나와 보니 아내는 제가 사준 신발을 신어보이며 웃습니다.
“내 발이 평발이라서 이런 샌달이 잘 안들어가, 마치 신데렐라 신발을 신는 것 같아.”
한 칫수 작은지 신발 안에 다 들어가지 않는 아내의 발을 조심스럽게 잡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했지요.
11월 19일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올해만은 그냥 지내고 싶지 않아서 용기내어 적어봅니다.
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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