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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 보세요
글쓴이 │
김혜선
등록일 │
2009-05-07
조회수 │
6499
바로 엊그제가 손 시렵다고 설거지 할때마다 꼭 따뜻한 물로 하라며
시시콜콜 잔소리 하시던 겨울이었건만,벌써 봄을 지나 여름이 오고 있네요.
늘 언제나 한결같이 시들지 않는 꽃잎처럼 자식들 마음을 향기롭게 하시던
당신을 두고서 전 언제나 왜곡과 오해와 편견으로 주름진 얼굴위에
검버섯 만큼이나 모질게 대하고 있었나 봅니다.
초목은 거름이 있어야 잘 자라는 것처럼 저 또한 당신의 사랑이라는 양분을
갈망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맘은 그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걸핏하면 갖은 투정과 짜증을 부려가며
나를 향한 당신의 애틋한 마음을 본의 아니게 아프게 했다면 참 그럴 듯한
변명인가요?
어머니,어머니라고 불러본 적이 생소하지만 이젠 이런 식으로나마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노력하며 살아갈게요.
혹시 알고 계세요? 당신께서 날 위해 아파하실 적마다 나 또한 당신의 기대에
못 미칠까봐 항상 조바심 내고 괴로워했다는 것을요.
스무 살 시절,시인이 한창 꿈이었던 그 때엔 그래도 미래에 대한 전망이 있었어요.
이러한 현실이 다가 아니라는 믿음, 뭔가 다른 것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
그 시절엔 그런 게 있었어요.
온 식구들이 모두 다 한 가지를 향하여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고 비록 가난이라는
두려움에 떨었으나 그래도 서로를 향한 의지와 아무리 어려운 것이라 해도 견딜 수
있다는 사랑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해요.
자유롭게 말하고 뭐든지 행동해도 뭐든지 다 헤아려주셨고,그로 인해 누구보다
자유롭게 글을 써서 성과 또한 좋았죠.
어머니,이제는 당신이 너무 늙은 것이던가요?
아니면 제가 더 이상 꿈꿀 것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답답한 것일까요?
저에게 어머니의 참되고도 바른 사랑은 늘 비빌 언덕이었는지라 별게 다
그리운가 봅니다.
사글세 방을 얻어 여름내 쏟아지던 빗속에서 라디오 소리를 동무 삼아
알아주지도 않는 글을 쓰던 그 시절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서글픔으로
사무치는지 모르겠어요.
주먹만한 쥐가 돌아다녀도 마냥 좋았고,주인집 아저씨 눈치 보느라 몇날 며칠
머리 못 감아도 기쁘고 행복했던 시절이 유난히 그리워지네요.
부디 지치지 마세요 행여라도 고단하시면 쉬었다 갈 일이지 쓰러지진 마세요.
전 아직도 해야 할 효도가 많고 해드린 게 아무것도 없는데 벌써 그렇게 힘겨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시면 맘이 너무 아파요.
기다려주실거라 믿습니다 못난 자식 난생 처음으로 효도다운 효도 해보라고
기회를 주신다면 감사할 뿐이에요.
한심한 저로서는 왜 이제서야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을까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삶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신
당신을 보며 야속하다 원망만 했던 저를 용서해 주셨으면 해요.
세상의 모든 어머닌 처음부터 어머니인 줄로만 여겼던 참 이기적인 저는,
당신께서 내 어머니가 아니셨더라면 사랑하고 사랑 받는 일이 아름답다는
사실 또한 여태껏 몰랐을 겁니다.
어머니,5월 11일 생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낳아주신 만큼 당신의 이름에
최소한 먹칠 하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해 살게요.
...당신의 기쁨이 되고 싶은 딸 혜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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